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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보다 한국이 더 싸네…수입車 가격 역전 (조선일보)

2012.04.05
(2012년 04월 05일) 박리다매 노리고 가격 인하 - 볼보코리아 출시 신형 세단, 독일보다 400만원 가격 낮춰… 골프2.0은 한국이 30% 저렴 고급 대형차는 한국이 더 비싸 - 벤츠 최고급 차종 S클래스, 한국선 3000만원 더 줘야… 업체측 옵션 따지면 안비싸 연 10만대 규모의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 주요 브랜드들이 원산지 가격보다 국내 판매가를 더 낮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21개 해외 브랜드가 국내에서 각축을 벌이면서 '가격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볼보코리아는 올 들어 신형 세단 'S80 D5'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의 판매가보다 400만원 낮게 가격을 책정했다. 이 회사 오정준 이사는 독일에서 4만540유로(약 6097만원)에 팔리는 모델을 한국에서는 5700만원에 출시했다며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한국에서 특별히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볼보뿐만이 아니다. 폴크스바겐의 인기 모델인 골프 2.0 TDI도 독일에선 3만1728유로(약 4772만원)인데 국내 가격은 3340만원으로 한국이 30% 싸다. 최근 출시한 '시로코 R라인'도 한국 가격이 원산지보다 32% 싸게 책정됐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이날 신형 B클래스를 출시하면서 스포츠 패키지 모델 가격을 현지보다 3% 이상 낮췄고, 아우디도 A4와 A6 4륜구동 차종 가격을 독일보다 10~20% 싸게 내놓고 있다. 일부 일본 브랜드도 일본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싸게 내놓은 차종이 있다. '최저가 수입차'로 바람몰이를 한 닛산 큐브는 국내 가격이 2560만원이지만 일본에선 206만엔(약 2800만원)이다. 원산지보다 한국에서 더 싸게 팔리는 수입차들은 각 브랜드에서 판매량 상승을 이끄는 대표 모델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당 판매 단가는 낮추더라도 판매량을 늘려 박리다매 효과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경쟁자보다 값을 싸게 책정해 일단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는 것이다. 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큰 폭의 환율 변동을 겪으면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과 원화로 결제하게 된 점도 한국 판매가가 낮아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유로 환율은 2009년 초 1970원을 돌파한 뒤 최근 1년간은 15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업체들에 유리해진다. 폴크스바겐코리아 방실 부장은 본사 재무 담당들 사이에 '한국에서 차를 더 달라고 졸라도 마구 내주지 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지닌 현대·기아차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추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배기량 2000~3000㏄대의 경쟁이 치열한 차종 가격은 낮게 유지하면서 고급 대형차로 갈수록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아 이익을 보전하는 구조는 여전하다. 벤츠의 최고급 차종인 S클래스 경우 S500 모델이 독일에선 10만5362유로(약 1억5860만원)지만 한국에선 1억91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BMW 740i도 독일에선 최저가격이 8만400유로(약 1억2118만원)부터 시작하지만 한국은 1억3600만원이 최저가다. 수입차업체들은 고급차도 옵션까지 따지면 한국 가격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판매 차종과 동일한 옵션을 유럽 판매 모델에 넣는다면 가격이 최소 5000유로 이상 비싸질 것이라며 기본형 모델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입차들이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시기에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서서히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